아침묵상/2018년

이 길이 맞는가_20180322

김병균 2019. 4. 1. 07:21

묵상 본문: 고후 11:16-33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 (30절)

 

오늘은 본문의 말씀이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바울이 말하는 약한 것들은 사실 자랑할 만한 것들이 아닙니다. 매 맞고 옥에 갇히고 죽을 뻔하고 먹지 못하고 자지 못하고 춥고 헐벗는 일이 무슨 자랑할 일입니까? 바울은 이런 것들을 정말 자랑하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울이 왜 '자랑'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까? 고린도 교회의 미혹된 성도들 때문입니다. 저들이 하도 육신적인 것들을 자랑하며 상대적으로 바울을 비교하고 흠을 잡고 비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혹되어 속는 줄도 모르고, 잘못된 가르침에 넘어간 줄도 모르고, 외형적인 형식과 화려함을 좇고 있는 고린도 교회를 향한 바울의 안타까운 심정의 표현입니다.

 

'너희들은 스스로 지혜롭다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어리석은 자들을 용납할 수 있느냐' (19절)

 

'그들은 너희들을 종으로 삼고 있다, 미혹하고 있다, 잡아먹고 있다, 너희들의 것을 빼앗고 있다, 그들의 성공을 위해 너희들을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너희들의 뺨을 치고 있다, 그런줄도 너희들은 그들을 잘도 용납하는구나' (20절)

 

가짜에게 속아 진짜를 배척하고 핍박하는 상황입니다. 잘못된 무리에 섞여서 옳은 자를 향하여 손가락질 하는 상황입니다. 방향이 잘못된 것을 모르고 많은 무리가 가는 길이라 안심하고 따라가는 상황입니다. 

 

고린도 교회의 모습이 너무나도 흡사하게 오늘날 교회의 모습 아닙니까? 고린도전서 16장, 후서 13장, 합하면 29장의 긴 내용의 편지입니다. 신약성경에서 가장 긴 내용입니다. 복음서나 사도행전보다도 긴 내용입니다.

 

온갖 문제 투성이의 고린도 교회입니다. 외부에서 오는 핍박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주는 어려움이 문제가 아니라, 교회 내부 안에 이미 너무나도 많은 심각한 문제가 산재해 있었습니다.

 

'글은 그래도 잘 쓰고 힘이 있는데 왜 그렇게 말은 못하느냐, 뒤에서는 그렇게 강하게 말하면서 앞에서는 왜 그리도 힘도 없고 설득력도 없고 유순하냐' 바울을 향해 비방하는 소리입니다. '너는 목사라 하면서 왜 그리도 설교를 못하느냐' 하는 소리입니다. 정말 맥 빠지는 소리입니다. 다 그만 두고 싶은 소리입니다.

 

'너는 도대체 사도로서 내세울 만한 것이 뭐가 있느냐, 맨날 그렇게 가난하게 고생만 하고, 추천서도 없고, 다른 사도들처럼 경력도 없고, 거기에 설교도 못하고...'  이런 비방 앞에 바울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한없는 절망과 자괴감이 들었을 것입니다.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가슴 무너지는 통탄할 일이었을 것입니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나도 어리석은 말을 좀 하겠다, 이것은 주를 따라 하는 말이 아니지만 그래도 좀 하겠다' 하면서 오늘 본문의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모욕적인 비방에도 불구하고 고린도 교회 성도들을 향한 애절한 목자의 심정이 담겨 있습니다.

 

자랑이라 하며 말을 하고 있지만 내용은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그래, 내 자랑은 이런 것들 뿐이다, 그래, 나는 이렇게 사역했다, 내세울 것이 없다, 매 맞고 다녔다, 옥에 갇히고 죽을 뻔 한 일이 많았다, 온갖 위험 다 당하며 다녔다, 맨날 쪼들리고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이 그렇게 살았다, 광주리를 타고 몰래 도망가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 나는 그렇게 약하게 도망다니며 살았다, 그것이 내 자랑이라면 자랑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힘든 일이 있다, 날마다 내 속에 눌리는 일이 있다, 바로 교회를 위한 염려, 너희들을 위한 걱정이다' (28절)

 

속고 있는, 눈이 가려 있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사랑하는 성도들을 향해 애통하며 부르짖는 목자 바울의 외침입니다. 가슴 절절한 울부짖음의 외침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들어야 하는 외침입니다. 교회가 들어야 하는 외침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좇고 있는가? 세속에 물들어 있지는 않는가? 화려한 스펙과 사람의 추천서에 속고 있지는 않는가? 외형적인 형식과 화려함에 미혹되고 있지는 않는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아닌가? 주님의 음성을 들으려 하기 보다는 귀에 즐거운 소리를 찾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무엇을 찾아 그리도 헤매고 방황하고 있는가? 예수 믿는 것이 진짜 이런 것인가? 이것이 정말 성도가 가야 하는 길인가? 이것이 정말 교회의 참 모습인가?

 

성도의 자랑이 무엇인가? 교회의 자랑이 무엇인가? 정말 무엇이어야 한다는 말인가? 자랑이라는 말이 어울리기나 한 것인가?

 

매 맞는 길 아닌가? 욕 먹는 길 아닌가? 죽어야 하는 길 아닌가? 배고프고 춥고 헐벗어야 하는 길 아닌가? 골고다 그 십자가의 길이 우리가 가야 하는 길 아닌가? 이런 것 말고는 우리가 자랑할 것이 도대체 무엇이라는 말인가?

 

바울의 울부짖음이 들립니다. 애절한 가슴이 느껴집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향하여 외치시는 소리입니다. 주님의 마음입니다.     

 

다시 한 번 돌아봅시다. 이 길이 맞는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